「워싱턴포스트」에서 몇 년 전 재미있는 실험을 한적이 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천재 조슈아 벨이 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서 신분을 숨기고 바이올린 연주를 한 것이다. 실험 이틀 전 그는 심포니 홀에서 열린 공연으로 15만원에 가까운 넘는 입장료에도 1,0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40억 원짜리 명품 바이올린으로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43분 동안, 과연 몇 명이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을까? 지하철역을 지나던 천명이 넘는 행인들 중 1분이상 연주를 들은 사람은 7명이었으며, 모금함에 모인 돈은 32달러에 불과했다.
이 일화는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능력은 절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것. 표현하지 않아도 당신의 유능함을 알아보는 상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을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고등학교 4년 내내 받은 올A의 성적표, SAT(미국 수능시험의 일종) 만점에 가까운 점수 그리고 일련의 과외 할동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적인 명문대학교들은 이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성적들 이외에,
왜 이 대학에 오고 싶은지 또 하고자 하는 전공을 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굉장히 궁금해 한다.
이 부분에서 만은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데 비유를 들어보자.
한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그리고 그 여성분 곁에는 두 명의 남자가 구애를 하게 된다. 첫 번째 남자는 훤칠한 외모와 훌륭한 소위 스펙을 가지고 그녀에게 자랑한다. 그리고 사귀어만 준다면 정말 잘 할거고 후회 없을 거라 고백을 한다. 두 번째 남자는 좀 다르다. 그녀에게 떡볶이도 사주고, – 그녀가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페북에서 보고 –그녀의 취향에 맞는 영화도 예매하고, 비싸지는 않지만 길거리에서 산 인형도 선물한다. 그리고 순수하지만 자신감 있게 고백한다.
이 매력적인 여성은 누구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맞다. 십중팔구 두 번째 남자일 것이다. 미국대학을 위시로 한 세계적인 명문대들도 마찬가지다. 고등학생이 대학에 어필하는 방법은 “난 잘났으니 날 뽑아라 그러면 후회 없을 것이다” 같은 미래팔이가 아니다. 대학은 가까운 4년의 미래에 졸업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해당 대학의 이름을 빛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미래를 평가하는 잣대를 지원 학생들의 과거에서 찾게 된다. 한마디로 세계 명문대를 위해서는 과거 팔이가 이뤄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대학입시를 진행하다 보면 이 사실을 많이들 잊는 거 같다. 예를 들어 미국 명문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꼭 써야 하는 에세이들 중에 왜 해당 전공에 지원하는지 일명, “why major” prompt가 있다. 대부분 학생들과 이니셜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chemistry 전공해서 아빠 같은 저명한 의사가 되려 구요.”
“훌륭한 로봇 공학자가 되어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많이 얘기한다.
별문제 없어 보이는가? 다 하나같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또 사람이 술에만 취하는 게 아니다. 의사, 로봇 과학자 같은 그럴듯한 명사에 취해서 그에 대한 동사적인 설명이 없다. 물론 내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학들은, 특히 전세계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명문대학들에서는 어떻게 의사라는 꿈을 품게 되었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이다. 또 로봇 과학이라는 필드에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탐구해 왔는지에 대해 충분히 물을 수 있다.
만약 학생들이,
“작년 여름 캄보디아에 아버님을 따라 의료 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의술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학교로 돌아와 chemistry 선생님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많이 앓고 있던 말라리아와 그 백신에 대해 연구하다가, 아버님과 같은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걸 느꼈습니다.”
라던가. 아니면,
“제가 봉사하는 단체에는 손이 없으시거나 눈이 머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손이나 눈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생체로봇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 논문을 읽고 유사한 기술을 활용하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갈고 닦아왔습니다. 귀하의 대학에 진학 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한다면 대학은 좀 더 학생의 관심사와 전공에 진지하게 들어 줄 것이다. 한마디로 학생들은,
어떤 계기로 해당 필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관심을 다른 곳에 어떻게 적용 시켜봤는지, 나아가 새롭게 적용 시켜 봤을 때 무엇을 또 느끼고 배웠는지에 대해 꼭 표현해야 한다.
수학을 잘하고 과학 점수가 높아서 의사되고 싶다. 이건 우선 인과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대학들은 이 학생은 의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수학 과학을 잘한다는 건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점수나 수상 실적으로 원서 어딘가에 잘 나타내어져 있을 것이다. 이거 말고 진짜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 전공을 원하게 되었는지 잘 어필해야 한다.
그리고 어필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을 적으면 안 된다. 미국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명문대학들은 자소서에 쓴 내용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쓰고 말하면 믿어준다. 이게 더 무서운 것이 믿는 대신, 거짓이 있다고 알게 된 순간 처벌 또한 가혹하다. 매년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대학 입학생들 중 합격 취소가 일어나는데 그 중 많은 케이스들이 거짓을 자소서에 쓰고 다른 3자에 의해 이게 밝혀진 경우다. 만일 입학 취소를 피한 운좋은 경우라도 대학 입학 자소서에 쓴 내용은 평생 그 학생을 따라다닌다. 혹 명문대를 졸업한 이 인재가 사회 지도층에 합류하게 되더라도 19살에 치기 어린 거짓말로 패가 망신하는 케이스가 미국에서는 종종 있다.
그럼 현실의 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대비하면 되는 것인가? 우선 책상에 앉아서 지난 4,5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하나씩 적어 나가면 된다. 그 중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전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일이 있다면 순수하게 적으면 된다. 그리고 다듬고 또 다듬고 그러면 대학을 설득 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