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합격 결과 & 합격생 후기 업데이트 — 지금 확인하기

← TPC Insights 강철호 칼럼

서울대 출신 9급 공무원의 비애

서울대생이 9급 공무원 된 썰이 온라인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대학생이 꼽은 성공요인 1순위가 부모의 재력이고 70.2% 가 계층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답한 조사를 짚으며, 재능과 노력이 제값을 받는 자리로 시야를 넓히자고 말하는 강철호 대표의 칼럼입니다.

강철호 · The Plymouth Club 대표 |

지난 2015년 10월 서울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대생이 9급 공무원 된 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이 글을 쓴 공무원은 월급 150만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저녁이 있는 삶이라며 9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를 두고 해당 학교의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까지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소신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는 반면 역시 청년 취업난 등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서울대생이 9급 공무원이 된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단 이런 상황이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게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 공무원이 그토록 원한다는 “저녁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학창시절 그는 서울대를 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자신을 통제하고 열정을 쏟았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국내 최고의 학교도 그에게 삶의 만족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잘은 몰라도 국내 최고의 대학도 그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못 했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자신을 밀어 부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을 텐데 단지 안정적인 저녁 있는 삶이라는 가치가 도전과 성취라는 열매보다 더 달게 느껴졌던 거다.

2018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 공무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KDI 겸임연구위원)가 최근 발표한 ‘청년의 성공요인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이 뽑은 성공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었다. ‘재능’이나 개인의 ‘노력’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본 중국이나 미국의 청년들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이들은 한국의 청년들과는 다르게 ‘부모의 재력’을 2순위나 3순위로 뽑지도 않았다. 개인의 재능이나 그 재능을 빛낼 노력이 이 나라에서는 심지어 관악산 자락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도 성공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이다.

아프지만 현실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무려 70.2%가 계층간의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더 아픈 것은 성공이나 계층간의 상승을 위해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이 15%가 넘는다는 것이었다.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희대의 자기 위로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흔히 흙수저, N포세대로 불리는 이 나라의 청춘들. 한 해에도 수십만 명의 젊은 청년이 몰리는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들. 토익이라는 스펙 하나라도 더 쌓아 보겠다고 새벽부터 밤까지 영어와 씨름하는 대학생들. 그 들의 노력이 또 재능이 이처럼 폄하되는 일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또 이 것들을 이 사회가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시절 밤을 꼴딱 세워서 겨우 완성한 숙제가 있었다. 그 당시 24시간 여는 곳은 외진데 있는 컴퓨터실 밖에 없어서 새벽 6시쯤 나와서 기숙사방까지 걸어가는데 정말 뿌듯한 적이 있다. 대학 시절에 밤 한번 한 새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은 당시 그런 믿음이 있었다. 이 작은 과제를 하며 내 재능에 노력을 얹는 다면 분명 나에게 좋은 기회가 열릴 거라는걸 말이다.

매일매일 저 과제들과 싸우고 룸메이트 몰래 사발면 하나 끓여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토요일 밤 정도에 겨우 보면서 공부한 진부한 스토리들. 이 노력들이 단지 의미 없는 노동이 아니었던 이유는 이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 내 인생에 빛과 소금이 될거 라는 믿음이었다. 또 그 믿음을 현실로 보여준 수많은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단,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가까운 곳에 또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태평양에서 고래 찾기 표지
Source

이 글은 강철호의 저서 『태평양에서 고래 찾기』(2019)에 실린 글입니다.

예스24 유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

TPC Membership

책에 담지 못한 학교별 실전 전략과 최신 합격 데이터는 The Plymouth Club 멤버에게 공개됩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전략이 궁금하다면 먼저 상담을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