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라고 하면 무슨 말이 떠오르는가?
80년대 이전 생에게는 [7막7장]에서 나오는 화장실 불빛에 기대 공부하는 주인공이 떠오를 수도 있다. 누구에게는 해외 MBA를 전공한 드리마 속의 재벌 3세 본부장님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라면 한 그릇 하나 제대로 못 먹고 보낸 시절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내가 몸담고 있는 업체가 미국 교육 전문이다 보니 유학 특히, 미국대학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이신다. 그런데 아직 이 단어에 대해 쓸데없이 과대 평가하거나 또 가끔 너무 낮게 보는 거 같아 이의 장점에 대해 좀 적어보고 싶다.
우선 유학 그 자체로 만의 가치는 상실한지 좀 됐다. 영어라도 배워오면 먹고 살겠지 라는 생각은 2002년 월드컵 전에나 맞는 말이었다. 이젠 꽤 옛날인 IMF 시대를 지나 이젠 제4의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이 순간 단지 영어라는 언어 하나를 두뇌에 추가한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다. 꿈이 여행 가이드이거나 회화 강사이면 몰라도 언어 하나 배우고자 멀리 태평양까지 건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언어가 아니라 지식을 배워와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지식과 또 그 지식을 다루는 지혜은 미국 대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만 2017년 기준으로 4724개의 대학교가 있다 (출처: fast facts). 그 중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학들만 100개는 가까이 된다. 하버드나 MIT부터 미시간 대학교, 플로리다 주립대학교등 지명을 이름으로 하는 대학들은 다 들어 봄직하다. 그리고 이 대학들은 매년 발표하는 세계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미국대학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선 훌륭한 교수진에 있다.
셰계 최고의 공대인 매사추세츠 공립 대학 (MIT)에는 현재 재직중인 교수들 중 노벨상 수상자가 8명이다. 역사 중에는 총 76명이나 된다. 그리고 UPenn에는 [어떻게 원하는것을 얻는가]의 저나 Diamant 교수가 있고 UCLA에는 세계적인 로봇 학자 데니스 홍이 있다. 그리고 매해 수없이 쏟아지는 노벨상 급의 논문의 저자들은 대부분 미국교수들이다. 이런 유명한 교수님들이 그냥 이름만 올리는 게 아니라 일년에 한 학기 이상은 무조건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교류한다.
내가 있던 Lehigh 대학교에서는 화학 공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배워야 하는 Chen's correlation을 Chen 교수님께 직접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이 교단에 서서 직접 분필을 들고 가르치고 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미국 대학교는 졸업이 쉽지 않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지독하게 학사 관리를 한다. 대부분 결석이나 지각 같은 근태부터 시작해서 시험성적까지 예외 없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학할 수 가 없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자기 대학 이름과 교수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고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이에 진지하게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1년도 채 버티기 힘들다. [하버드 새벽 4시반]에 나오는 새벽 시간대의 대학도서관 분위기는 하버드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얼핏 보면 주말마다 파티하는 거 같은 학생들도 일요일 점심시간부터는 후드티 뒤집어 쓰고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방대한 양의 숙제와 씨름한다.
이 시스템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두 번째 힘이다. 많은 한국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너무 힘을 뺏는지 대학 때 학문적으로 더 큰 진화를 하지 못한다. 그 많던 수학 영재들이 이 땅에 있었지만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이나 교과서에 실릴 만큼의 수학 공식하나 만들지 못 하는 게 한국 학자들이지 않나. 대부분 유학 가서 보는 고등학생인데 인수분해도 헤매던 그 들이 진정한 교육의 장이 열리는 대학에 가서 세계적 석학들과 토론한다. 거기서 성장한 학자들이 매해 쏟아져 나오는 곳이 미국 대학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사회 곳곳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대학 때 그랬듯 경쟁하고 이겨나간다. 내가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공유하는 동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정말 큰 자산이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대학으로 위시되는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어쩌면 그 자체에 있다. 푸르른 조경에 100년 이상 된 담쟁이 덩굴이 덮고 있는 캠퍼스를 거닐고 거기서 공부하고 밥 먹고 자고 소통하고 지내는 모습은 기본이다. 세계 명문대학 졸업생들의 모교사랑은 극진하다. 2014년 미국 대학 기부금 순위에 1위를 한 하버드는 동문 기부금으로 받은 액수가 무려 360억 달러가 넘는다. 이를 학생 수로 나누면 1인당 백만 불 이상이 된다. 사실 미국대학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자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college endowment 라고 불리는 이 기부금이다. 내게 긍정적인 자극과 훌륭한 교수진 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20대 초반의 경험을 선사한 자신의 모교에 동문들은 꼭 기억하고 보답한다. 이 멋진 경험 그리고 이것에 감사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이 세계 명문대학들은 선사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미국 대학을 나왔다, 영어를 잘 한다 등은 현실에서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미드나 자막 없이 보려고 태평양을 또 대륙을 건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영어가 아니라 언어로서 받아들이고 유학이 아니라 교육 그리고 다른 데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으로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