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이 SAT를 준비하며 모든 죄악의 기본은 조바심임을 잊으면 안 된다.
비커에 물을 담고 온도계를 장치하고 번슨 버너 등을 이용해 끓여 보면 처음에는 온도가 높아지다가 물의 끓는점인 100도에서는 더 이상 온도가 바뀌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중학교 화학 교과 과정쯤에 나오는 실험인데, 온도가 바뀌지 않는 이유를 끓는 점에서는 주입되는 에너지가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데 쓰이지 온도를 높이는데 쓰이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우리는 물이 100도에 끓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외우든 이해하든 그다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실험을 인류 역사상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꽤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분명 불을 지피는 행위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주입하고 있는데 물의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그게 끓는점이라서 라는 정보도 없다. 연료를 더 주입도 해보고 하는데 온도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 물이 증기가 되어 다 날아가고 없다.
이를 공부에 적용 시켜보자. 처음에는 공부의 양을 늘리기도 좋은 강사의 수업을 듣기도 하면서 성적이 오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들마다 이 시기가 다르다 보니 이게 끓는 점인지에 대해 알 수 없고 자신의 타고난 부족함 때문에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이 예전부터 있어 왔기에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자포자기의 시기가 오고 공부의 양도 질도 오히려 줄이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그때가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물의 온도가 오르듯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게 아니라, 마치 물이 증기라는 다른 상태가 되듯 학생의 실력이 아예 다른 단계로 뛰어넘는 그런 critical한 순간이다. 단, 이순간이 위에 언급했듯 우리가 물이 100도에서 끓는걸 알고 좀 견디면 상태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알기는 그 순간 안에서 하루하루 견뎌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진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진정 노력하고 시간과 열과 성을 쏟는데 실력이 당장 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왜냐면 이 순간이야 말로 다음 단계로 아예 진화할 수 있는 하늘이 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주의해야 하는 순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실력이 줄지 않을 때다. 증기가 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온도는 줄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증기는 물이 되고 다시 증기가 되기 위해서는 전과 같이 에너지는 공급되나 온도는 오르지 않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학생들도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당장은 성적도 실력도 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에 진화했던 상태가 퇴화하여 다시 한번 상태 변화를 위해서 길고 지루한 시간을 거쳐야 한다.
어렵다. 진짜 어려운 일이다. 그냥 뭘 배우는걸 넘어서 아예 다른 단계로 넘어서 진화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함정이 숨어 있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에는 "뉴트럴 포지션"이라는 자세가 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자세로서 가장 힘을 내기 좋은 자세인데 이게 보기보다 힘들다.
우선 다리를 어깨 넓이보다 약간 좁게 서고 엉덩이에 힘을 적당히 주고 가슴을 피며 어깨를 뒤로 둥글게 굴려 살짝 떨어뜨린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게 허리를 너무 뒤로 젖히면 안 된다는 거다. 허리보다는 코어의 근육에 긴장을 주고 서있는 건데 제대로 하면 앞뒤양옆 어디로 밀어도 밀리지 않는다.
뉴트럴 포지션을 기본으로 스쿼트도 하고 풀업도 하고 플랭크 운동도 해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하던 관성으로 예전의 잘못된 자세로 하게 되면 처음엔 운동이 잘 되는 거 같다가도 결국 발전이 없어진다. 수영을 예로 들어도 처음에 자유영을 배우면 개헤엄으로 물에 잘 뜨던 사람도 이젠 물에 뜨지 조차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때 개헤엄을 고집하게 되면 물에는 뜨고 당장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더 이상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SAT 준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방법을 배우면 오히려 원래 하던 것도 잘 안 된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소위 야매로 편법으로 운으로 겨우 겨우 성적을 내던 것을 정석으로 갑자기 하려고 하면 처음엔 성적이 살짝 떨어진다. 이때 학생의 측면에서 단기간이지만 성적 하락은 받아 들이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일찍 이 과정을 경험할 수록 좋다. 중학교 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리고 고등학생이 학교에선 어느 정도 잘 따라 가다가 대학 입시 때 특히 SAT같은 정형화된 시험에서 헤매는 학생들은 자주 보인다. 이 경우 대부분 전문적인 공부법에 의한 일시적인 성적하락을 참지 못 하고 잘못된 관성의 방식으로 공부하다가 겪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사실 이런 조바심을 내는 학생들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생들은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원하는 건 바로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아마존에 가서 결제만 하면 다음날 도착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스케줄을 체크할 필요도 없다. 지난 화요일에 못 본 드라마를 보기 위해 토요일 3시 재방송 시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 SAT 고득점은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대학의 입학증서는 이렇게 빨리 얻을 수가 없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하루에 8시간 넘게 학원도 다녔고 학교 생활도 충실히 한 학생들이 나를 찾아 와서 많이 하는 말이 대학 준비가 잘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대학 준비 이제 겨우 석 달 했다고 말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받아 들이기 힘들다. 왜 빨리 잘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내 대답은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 아이패드나 조던 신발 말고 –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열정을 다해 시간을 들여서 노력한다 해도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님을 알려준다.
다음은 손자병법 전쟁 군장편 첫 구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SAT 준비를 얘기하며 전쟁까지 얘기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시험 결과 치고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히 전쟁과 비교하고 말하고 싶다
"무릇 용병의 방법에 있어 장군이 군주로부터 출정명령을 받아 군을 편성하고 병력을 동원하며 군영을 설치하고 진을 편성하여 적과 대치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적과 경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김광수 육국사관학교 교수는 군장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기동(機動)이라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기동은 출전 명령이 떨어진 뒤 국민을 동원하고 부대를 편성한 뒤 적과 대치하는 과정을 말한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과정이 전쟁에서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SAT/ACT같은 시험 준비 과정에 있어 군장은 학생들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누구나 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엔 힘든 지난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시험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매일 같은 반복된 생활 속에 육체적인 피로가 쌓인다.
정신적인 압박감 역시 커지며 특히 막바지에 이르면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된다.
차라리 학교였다면 바로 바로 성적이 나오고 노력함에 따라 성적 향상이 가능 했을 거다. 하지만 이 시험의 특성상 노력에 비해 당장 성적 향상은 초라해만 보인다.
여기서는 매일 보이지 않는 가상의 적을 상대로 싸움을 펼쳐야 한다.
제대로는 가고 있는지, 선생님들은 내 성적을 올려줄 것인지 등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자기 자신과 또 의심과 싸우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반드시 보상은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조바심을 버리고 게으름을 떨치고 인내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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