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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스티브 잡스가 공부한 대학교

리버럴 아츠 교육을 바라보는 강철호 대표의 2019년 저서 칼럼입니다. 편집 보충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Reed College 재학과 중퇴, 오바마의 Occidental 재학 기록을 확인합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한 일반화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통계를 구분해 학교 선택의 질문을 정리합니다.

강철호 · The Plymouth Club 대표 |

미국에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s, or LAC) 라는 독특한 대학 시스템이 있다.

우선 흔히들 LAC를 커뮤니티 칼리지 (Community College, or CC) 랑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이 다른 개념이다. 우선 CC는 미국 내 지역마다 한두 개씩 존재하며 지역 주민이나 낮은 학업 성취도를 지닌 학생들의 대학 교육을 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미국 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별도의 특별한 입학 과정 없이 CC로의 진학이 가능하며, 한국 등 외국에서도 시험성적 없이도 F1 유학생 비자를 통해 입학할 수 있다. CC를 통해 아이비리그 급으로의 진학은 가능하지만 CC자체만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LAC의 교육의 수준이나 대외 신뢰도 역시 굉장히 높다. USNews 등 미국 대학 랭킹을 발표하는 곳에서는 해마다 LAC 학교들의 랭킹을 따로 발표하는데 그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학교들, 예를 들면 Swarthmore College나 Amherst College 같은 대학교들은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정통 아이비리그 와 동등한 위치로 받아 들여진다. 그 외에도 Steve Jobs가 다녔던 Leeds College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교 Occidental College, 그리고 힐러리 전 미국국무장관이 나온 Wellesley College등 수많은 명문 LAC가 있다.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에 있는 Harvey Mudd College는 Caltech만큼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고 뉴욕시의 Cooper Union은 한 때 CIA 요원 양성소였던 곳으로 현재도 공학, 미술과 건축은 미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LAC는 한국에서는 없는 개념이지만 굳이 가장 비슷한 단어를 찾자면 ‘인문 단과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말처럼 대부분의 LAC는 arts and science류의 전공 과목, 즉 인문학이나 과학 등을 교육하는 곳이며 대부분 대학원 과정은 갖추고 있지 않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Harvey Mudd college나 Cooper Union처럼 공학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들도 있고, Anna Maria College 처럼 일부 대학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가장 순수한 형태의 대학교육, 즉 토론하고 연구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가 많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LAC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여기에 있다. 순수한 학문을 공부한다는 말을 바꿔서 말하면 실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있다. 즉, 취업률이 낮거나 한국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대, 법대, 의대 전문 대학원으로의 진학률이 떨어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서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학교수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할 수 있으며, 공동저서 및 학문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낮은 학생 대 교수 비율 덕에 교수들과의 친분은 종합대학교보다 월등하고, 그로 인해 교육의 내실과 내용 면에서 종합대학교보다 우수하기에 법대, 의대, 공대대학원 진학률이 뛰어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학생의 출신 대학을 보면 리버럴 아츠 칼리지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의학 전문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화학이나 생물 전공보다, 영어나 역사 같은 사회학 전공을 택했을 시에 더 높은 진학률을 보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의학 대학원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을 단지 기술적인 직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와 소통하고 환자를 대하는 방법들은 화학을 잘하고 생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만으로 보여지기 힘들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의학 인재를 키우고 싶어 하는 이유로 LAC등에서 배출 된 인재들을 선호한다.

또한 우수한 기업체로의 인턴십이 대학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대부분의 LAC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한 학기 이상의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는 등 다른 종합대학보다 우수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은 사이즈로 인해 이를 참여할 수 있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사실 미국 대학교들을 잘 보면 종학 대학들도 그 시작은 모두 리버럴 아츠 칼리지 였다. 하버드도 다트머스 대학도 모두 시작은 작은 단과 대학이었다. 그리고 현재 종합대학교들 역시 작은 단과 대학들의 모임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뉴욕대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어느 college를 다니냐고 묻게 된다. 1831년 설립된 뉴욕대학교라는 종합대학교 안에서 유명한 연극, 영화 전공의 티시 예술대학(Tisch School of the Arts)과 최상위권 경영대학으로 알려진 스턴 경영대학(Stern School of Business), 그리고 미국 내 응용수학 랭킹 1위를 자랑하는 쿠란트 수학연구소(Courant Institute of Mathematical Sciences) 등으로 각각 college 별로 별도의 이름이 있다. 각 college에 소속된 학생들도 스스로를 college의 학생으로 일컫는 경우가 뉴욕대학교라고 하는 경우보다 많다. 내가 나온 Lehigh 대학교에서도 공대는 P.C. Rossin College 라고 하는 경우가 그냥 Lehigh 라고 하는 경우보다 많았다.

이와 같이 미국 대학은 결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개념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장에 언급한 대학의 기원에서도 고대 그리스 시절 철학, 수학, 신학 등 순수한 학문의 토론에서 시작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미국 대학을 위시로 한 대학교서 학부 교육은 전문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고력 훈련에 그 주된 목적이 있었다. 전문적인 지식의 배영과 그로 인한 취업을 위한 교육은 대학원의 몫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산업화와 더불어 학부에서의 좀 더 세분화된 심화 전공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 된 적이 있다. 1828년, 당시 리버럴 아츠 칼리지였던 예일대학교는 향후 미국 대학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보고서를 내게 된다.

“학부 대학생들을 위한 과목은 전공학문을 포함하지 않도록 한다. 우리의 목적은 학문들 중 그 어떤 하나에만 특수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에 공통되는 토대를 놓는 것이다”

그 이후 대학의 대형화 속에서도 작은 연구 중심의 대학과 학부의 기초학문 교육이라는 이념은 살아 남게 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기초학문 교육의 가치를 내세운 리버럴 아츠 칼리지들은 번성하고 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좀 더 전문화된 학교들과 함께 말이다.

얼마 전, 제주 교육청을 시작으로 International Baccalaureates 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순수한 형태의 토론과 연구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이 발표는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교육이라는 기지아래 결국 원하는 것은 자신을 갈고 닦음으로써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발전 시킴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서양과는 다른 대학 개념을 갖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우리 나라 대학의 상당수는 전문대로 출발하고 기초학문 교육을 축소한 채, 취업 교육에 집중하였다. 또한 경제성장기 우리에게는 산업 전선에 즉시 투입 가능한 역군을 신속히 준비시키는 전공 교육이 대학 학부 교육의 중심인 것처럼 보였다. 이를 탈피하는 LAC의 교육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원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런 순수한 마음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내가 무엇이 꼭 되고 싶다라는 것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학문적, 사회적, 역사적인 의문이나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들이 원하는 학생은 완성된 인재가 아니다. 순수한 학문을 자신들과 함께 발전해나가며 또 세상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인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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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이 글은 강철호의 저서 『태평양에서 고래 찾기』(2019)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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